목록책 읽고 남긴 구절 (7)
보금자리
불량한 날의 독법 나의 몰약을 나의 몰락이라 낙타에게를 나태에게로 읽는다 낙타의 길을 낙태에게로 읽는다 차가운 유빙이라고 적고 차가운 유방이라 읽는다 고비를 고삐리로 고삐로 읽는다 자갈을 재갈 잘 가 라로 읽는다 젓갈을 전갈로 저가로 읽는다 승기를 성기로 읽는다 감히 세상 앞에서 겁도 없이 지갑을 지랄이라고 읽는다 각하를 가가가가로 읽는다 그대의 화양연화를 그대 환향 년아로 읽는다 너를 나라고 나를 너라고 읽는다 불량한 날의 독법을 불량한 날의 도벽이라 읽는다 이 풍진 세상을 빤히 보면서 니기미 시펄이라 천천히 읽는다. 담쟁이 덩굴에게 배우는 사랑 난 담쟁이넝쿨에 사랑을 배우네 거침없이 사랑을 찾아 온몸이 오그라들 것 같은 태양 곁으로 생장점의 분열과 분열로 그 무거운 사랑의 꿈을 천형처럼 매달고 끝없이..
이끼 우연과 필연과 악연이 무럭무럭 섞일 때마다 참회와 고백 사이에서 머뭇거렸어요 죽은 듯이 푸석푸석한 기도를 하며 오류와 오독에 몸살을 알았어요 그때 죄의식이 이끼처럼 자라기 시작했죠 기어이 유물이 되어 발견되거나 발굴되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자포자기 할 것만 같아 고해소를 찾았어요 아마도 그곳에서 오래 있었나 봐요 나의 이끼가 자라게 한 그들은 밤이 되면 교묘하게 접근한 뒤 은밀한 연극을 했어요 태양이 떠오르면 말이 많아지니 조심해야겠어요 혀 밑에 숨겨 놓은 비린내처럼 고상한 척을 하는 그들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위악적인 계절이 지나고 나면 쓰디쓴 고백처럼 말라가겠죠 의지하고 의존하는 건 감사함을 긁어내고 긁어내더라도 우리는 들키지 않을 거예요 다시 틈새마다 납작 엎드린 고집, 집착, 소유, 불협과 ..
사랑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주는 일이다 별를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합대처럼 안도현

Love or Money 누가 범인일까? 재산이 많은 엄마의 돈이 필요해서 엄마의 50주년 기념에 모여든 세 자녀와 주변에서 모여든 세 사람의 이야기.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돈 얘기로 엄마와 대치한 그들은 모두 화가 나 있다. 화가 난 엄마가 일찍 2층 침실로 올라가는데 다음 날 아침 수면제 빈 병만 단서로 둘째 딸 방에서 발견된 채 엄마는 침대 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렇다면 수면제 빈 병을 보유한 둘째 딸이 범일일까?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은 공통된 질문 하나를 던져 결국 여섯 명 중에 범인을 가려낸다. 물론 그의 수법은 6명을 한 사람씩 면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공통된 화제는 빈 수면제 병이 둘째 딸이 방에서 발견됐다는 키워드 하나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수면제 병에 ..
5 children and It EDITH NESBIT 지음 만약에 요정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 준다면 당신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 여기 심심한 마을의 외딴 집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이 아이가 어느 날 모래요정을 만나 하루에 한 가지씩 해가 떠 있는 동안만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을 빈다. 물론 해가 저물면 소원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니 해가 떠 있는 동안 이룰 수 있는 소원을 빌어야 한다. 갓난쟁이 동생 빼고 엄마까지 다섯 개의 소원을 빌게 되는데... 당신이라면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생각해 보라. 오늘 갑자기 만나게 된 모레 요정의 이야기 이곳에 선 지도 수천년이 지났단다. 그때는 그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로 하여금 소원을 들려주게 하였으므로 몸이 젖고 지쳐서 죽다 보니 이제는 혼..
여름에 침묵 마종기 그 여름철 혼자 미주의 서북쪽을 여행하면서 /다코다 주에 들어선 것을 알자마자 길을 잃었다./ 길은 있었지만 사람이나 집이 보이지 않았다./ 대낮에 하늘 아래 메밀밭만 천지를 덮고 있었다. 메밀밭 시야의 마지막에 잘 익은 뭉게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메밀을 키우고 있었던 건지 그냥 동거를 했던 것인지./ 사방이 너무 조용해 몸도 자동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내 생의 전말같이 홀려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소리 없이 나를 치는 바람 한 줄을 사람인 줄 착각했었다. 오랫동안 침묵한 공기는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아무도 없이 무게만 쌓인 드넓은 곳은 무서움이라는 것. 그래도 모든 풍경은 떠나는 나그네 발걸음이라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무슨 남자냐고 메밀이 물었다. 그..
1.더 걸 위드 그린 아이스 2.south for the winter 3.미스터 해리스 and night train 1편의 더 걸 위드 그린 아이스 눈빛만으로도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무심했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다룬 이야기다 우리는 대개 말로써 감정이 묶일 것 같은 착각속에 산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말 이상의 것을 넘나든다. 비언어를 통해서 그 이상을 소통한다. 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던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남편이 신문만 보고 있던 매력적인 남자를 따라가던 부인을 망연자실 빼앗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