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맛과 향이 어우러져 (3)
보금자리
하필이면 새벽 0시 30분에 아시안컵 축구 16강과 8강전을 치르니 원래 그 시간의 일정은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되지만 지난 16강전과 8강전까지 두 차례를 자정의 시간을 넘기면서 새벽 3시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들의 공이 컸다. 엄마가 그 시간에 깨어나 축구 16강전을 관전하겠다는 말에 또는 8강전을 보겠다는 말에 아들이 신경을 쓴 것이다. 아들이나 나나 뭐 굳이 축구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 이번 아시안컵은 둘 사이에 공통의 관심사가 되었다. 맥주 한 캔에 안주. 야식을 먹으면서 함께 응원하고 즐기는 관람 문화가 우리 집 거실에서도 생긴 거이다. 굳이 나 혼자 불을 꺼 놓고 어둠 속에 지켜보던가 꼭 봐야 될 만한 그런 절실함이 없었으므로 제 풀에 겨워 중간에 잠이 들..

문헌서원에 갔다 오는 길, 평소 같으면 12시에 끝나 외지에서 밥 먹을 사람도 없고 아는 집도 없어 쭈빗거리다가 집으로 운전대를 몰았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난 주 우연히 밥 먹자고 모인 멤버 넷과 함께 한 차례 '정가네 국수'라는 곳에 가서 칼국수와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은 결과 기분이 좋았다. 원래 낯선 사람과 함께 모여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나로서는 아직은 젊은 50대인 그들과 격의 없이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을 듯 했으나 5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서인지 격의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순탄하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절로 편안해졌다. 사람을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점점 더 그 사람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거 같다. 나보다 훨씬 건..

바닷가 해안선을 어슬렁 거리다가 보니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나 2시가 넘었다. 웬만하면 혼자 다니는 길이므로 대충 싸운 간식거리로 떼우고 말겠지만 오늘은 점심 간식이 계란 하나였다. 마음 같아서는 계란 하나 가지고 버티고 싶지만 뱃속에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그동안 탄수화물을 너무 좋아해서 섭취하다 보니 적당량의 탄수화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강한 허기를 느낀다. 2시간 동안 행복하게 바닷길을 거닐었는데 집에 들어갈 때쯤 기운을 못 쓴다면 그날의 행복을 망치는 일이라. 바닷가 건물들을 보니 호텔 아니면 식당들이 즐비하다. 문제는 그 식당들이 주로 회나 조개구이 등의해산물 위주라 혼자서 감당할 음식도, 가격도 아닌지라 몇 집을 그냥 지나쳤는데 그럼에도 뱃속에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므로 포기하기가 어렵다. 현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