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애환이 느껴지는 (2)
보금자리
여름 방학을 맞이한 아들과 70여 일을 함께 보냈다. 부산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은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꼬박꼬박 집에 온다. 경제적인 형편 때문이라도 가장 멀리 부산에 가 있으면서도 가장 많이 집에 오곤 한다. 집에 와 있는 동안 아들은 제 방에 둥지를 틀고 선풍기 하나로 견디며 보냈다. 외출이 거의 없고 식구들과도 밥 때가 되면 잠시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 외에는 거의 두문불출. 내향적인 성격이 나를 닮았는지 고작해야 친구와 저녁 약속으로 몇 번, 친구들과 여행한다고 2박 3일 외에는 외출이 없었다. 오로지 제 방에서 선풍기 하나 끼고 견디며 보낸 것이다 기특하게도 저녁 때가 되면 식사를 준비한다고 주방에 나와 무슨 요리 하나씩 만들어낸 것 말고는. 그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 길이..

공주 산성 시장에 들렀다. 2시간 정도 전통시장에 들러 밥도 먹을 겸 구경도 하려고 들어갔다. 마침 장날인지 다른 날보다 물건이 즐비하다. 국수집에 들러 잔치국수 한 그릇 먹고 곧장 구경했다. 골목 골목 다녀 보니 터잡고 있던 가게들 말고는 노점상이 벌여놓은 봄나물들이다. 70이 넘은직한 얼굴에 쪼글쪼글 주름 달고 허리가 굽은 채 앉아있는 할머니들이었다. 한 스무남짓 되는 노점들이 이 봄에 채취한 나물들을 늘어 놓고, 나물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물들이 이집저집 겹치는데 직접 채취한 고사리, 미나리, 두룹, 옻나무순, 취나물 알 수 없는 나물들을 앞에 놓고 파는 사람들이었다 주름투성이의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굽은 허리를 보다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나물들을 번갈아 바라보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