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신성리 갈대밭 본문
이렇게 평화로운 곳을 지나치고 평화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이 세상 어느 한 곳에 이런 평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 있다면 기필코 그곳에 동참하여 평화를 느껴야 한다. 이곳에서는 어떤 배척도 없고 조바심도 없고 의무와 책임도 없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기다릴 것도 없고 그냥 나 혼자 망망대해 유유자적 해도 되는 곳. 흘러가는 것은 잔물결치는 강물과 바람 살짝, 나밖에 없을 뿐. 아 가을 잠자리도 하나 있구나. 좀 더 가다 보면 물결이 실어 나르는 듯 정지한 듯한 오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낮의 시간에 하늘이 내려와 앉아 있고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정중동의 풍경. 그곳에 살짝 나의 평화로운 발걸음을 허용하는 이 풍경에 내가 발걸음을 더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손해 보는 일. 세상에 이런 곳이 한 군데쯤 있다는 것은, 그리하여 내가 그곳을 지나는 동안 무한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생명력을 얻고 살아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올 가을 나는 또 대단한 풍경 하나를 강물에서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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