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발걸음

아들과 함께 찾은 길

물이랑 2024. 1. 28. 14:26

백마강 건너편 백제 막국수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장터국밥을, 아들은 비빔막국수를. 맛은 평범한데 일단 강 나루터를 배경으로 한 전망이 여늬 곳 못지않게 빼어났다. 근사한 카페가 들어앉으면 더욱 빛이 날 것 같은 전망을 보고 강 전체를 사들인 듯한 그 집에 부러움이 생겼다. 그 넓은 터도 모자라 그 넓은 강을, 그 넓은 전망를 앞마당으로 삼고 있는 그 집은 대대로 쌓아온 덕이 후손한테 복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그저 부럽다. 이렇게 저렇게 예쁘게 꾸미고 살면 그것이 또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고 하겠으나 애초부터 풍경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분명히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전망 하나로 사계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그 집을 아마도 종종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까스로 집으로 가겠다는아들을 구슬러 백제보 다리를 걸어왔다. 여전히 한적한 그곳 다리 한가운데 서니 시야가 참 넓다. 온 강을 다 시야에 담고서도 강 건너편에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니 산악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 이렇게 드넓은 풍경은 드물다. 비닐하우스가 아무리 많이 차지하고 있어도 넓은 들판을  다 채우지는 못하고 그 넓은 강물이 흐르고 그렇게 드넓은 하안이 있어도 인적 하나 느끼지 못하니 고요와 한적함을 느낀다. 물살이 느껴지지 않는 흐르는 강, 그곳에 백제보 다리 밑을 둥지 삼아 몸을 말리다가 낮은 비상을 지어보이는 오리 떼는 더없이 환상적인 풍경이다.
좋은 풍경을 보면 마음이 풍경을 닮아간다.  풍경조차도 선택이라 가까이 있는 일상에서 찾아가는 풍경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오늘 아들과 함께 나선 선택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